
홈플러스의 역사 : 성장과 확장, 그리고 기업회생까지의 흐름
성장, 전환, 그리고 기업회생까지
홈플러스는 한때 이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할인점 시장을 이끌던 대표 기업이었습니다. 1997년 삼성과 영국 유통기업 Tesco의 합작으로 출범해, 공격적인 확장과 글로벌 시스템 도입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한국 유통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전국 130여 개 매장을 운영하던 국내 3대 대형마트가 법원의 관리 아래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홈플러스의 탄생과 성장, 위기의 배경,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회생 절차까지 흐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비수도권에서 출발한 도전
홈플러스는 1997년 9월 대구에 1호점을 열며 출발했습니다. 서울이 아닌 비수도권에서 시작했다는 점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지방 상권을 먼저 공략해 전국 유통망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같은 해 외환위기가 터지며 삼성은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Tesco)에 지분과 경영권을 일부 넘기며 홈플러스는 ‘삼성테스코’ 체제로 운영됩니다. 테스코의 선진 물류 시스템, 데이터 기반 상품 운영, 효율적인 점포 관리 방식은 홈플러스의 빠른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출발은 1993년의 이마트보다 4년 늦었지만,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 인수와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통해 빠르게 2위 사업자로 올라섰습니다.

까르푸 인수와 2위 도약
2006년 프랑스 유통기업 Carrefour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홈플러스는 결정적 기회를 맞습니다. 이후 이랜드를 거쳐 ‘홈에버’로 운영되던 36개 점포를 2008년 인수하며 단숨에 외형을 확대했습니다. 2008년 기준 점포 수는 이마트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섰고, 2016년에는 14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 시기 홈플러스는 셀프계산대 도입 등 선도적인 시도도 이어갔으며, 이마트와 함께 국내 할인점 1위 경쟁을 펼쳤습니다.

전환점 : 2015년 MBK 인수
2015년, 영국 Tesco 본사에서 회계 부정 사건이 발생하며 글로벌 구조조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법인인 홈플러스도 매각 대상에 오르게 됩니다. 당시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이 7천억 원을 웃도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기업이었습니다. 전국 140개 안팎의 점포망, 우량 부동산 자산, 탄탄한 현금 흐름을 보유한 만큼 시장에서는 “매력적인 알짜 매물”로 평가받았습니다. 실제로 여러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결국 MBK Partners가 약 7조 2천억 원에 인수하게 됩니다.
인수는 LBO(차입 인수)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즉, 상당 부분을 차입금으로 조달한 구조였습니다. 이후 인수 자금 상환을 위해 20여 개 점포를 매각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는 ‘Sale & Leaseback’ 방식이 반복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확보하며 재무구조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임대료 부담과 금융비용은 점차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대형마트 규제 강화, 점포 경쟁력 약화가 겹치며 구조적 부담이 누적되었습니다. 인수 당시에는 매력적인 자산이었지만,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그 구조는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전환의 한계, 그리고 2025년 기업회생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오프라인 중심 포맷은 점점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특히 1~2인 가구 증가와 소량·즉시 소비 트렌드는 대형마트의 ‘주말 대량 구매’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강화와 즉시배송 도입, ‘메가푸드마켓’ 같은 식품 특화 리뉴얼로 대응했지만, 물류 인프라와 투자 규모 측면에서 선두 플랫폼을 따라잡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오프라인 매출 기반은 약해지고 비용 부담은 커지면서 재무 압박이 누적되었습니다.
결국 2025년 3월 4일,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기업회생은 회사를 정리하는 파산 절차가 아니라, 법원의 관리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무 구조를 조정해 정상화 시간을 확보하는 제도입니다. 회생 국면에 들어간 이후 홈플러스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았고, 2025년 하반기부터 약 15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방안과 본사 직원 무급휴직 등 비용 절감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또한 12월 29일 ‘구조 혁신형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며 본격적인 정상화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결론 : 유통의 경쟁력은 구조에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로 볼 수 없습니다. 대형마트는 한때 국내 유통의 중심 채널이었지만, 이제는 점포 수와 규모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산업이 되었습니다. 가격 경쟁력, 점포 경쟁력, 온라인과의 연결 구조, 재무 구조 안정성까지 모든 요소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유통의 경쟁력은 이제 ‘확장’이 아니라 구조와 지속 가능성에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회생을 통해 어떤 구조를 다시 설계할 수 있을지, 그리고 대형마트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그 변화는 한국 유통 산업 전체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