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더프레시는 왜 거꾸로 가는가 : GS리테일의 SSM 확장 뒤에 숨은 전략
SSM(Super Supermarket)은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의 중간 형태에 위치한 근린형 식료품 중심 매장입니다. 주거지 인근에 입지해 신선식품과 생활필수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유통 포맷입니다. 한때 SSM은 동네 슈퍼를 대체하며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대형마트보다 가깝고, 개인 슈퍼보다 체계적인 상품 운영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합리적 대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배송이 확산되면서 SSM의 성장 속도는 눈에 띄게 둔화되었습니다. 근거리라는 장점은 모바일 주문과 당일배송에 의해 약해졌고, 가격 경쟁에서도 대형 플랫폼과의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SSM 산업은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2025년, 이런 흐름 속에서 GS더프레시가 오히려 매장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이 둔화된 시장에서 점포 수를 늘린다는 것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 지금 SSM일까요? GS더프레시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SSM 시장의 흐름과 함께, GS더프레시의 확장 배경과 그 안에 담긴 전략적 의도를 살펴보겠습니다.
GS더프레시, SSM 매장 수를 늘리다
2025년 GS더프레시는 총 531개 매장에서 54개를 추가하며 총 585개 매장으로 점포 수를 확대했습니다. 같은 기간 다른 주요 SSM들이 점포 수를 줄이며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입니다. 경쟁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지만, GS더프레시는 오히려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성과도 뒤따랐습니다. 매장 수 증가와 함께 매출은 전년 대비 8.3% 성장했습니다. 단순한 점포 확장이 아니라, 매출 성장까지 동반한 확장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그 배경에는 ‘가맹점 중심 전략’이 있습니다. GS더프레시는 중대형 매장 확대보다는 미니슈퍼 형태의 소형 점포를 늘리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직영점은 4개 줄어든 반면, 가맹점은 58개 증가했습니다. 현재 가맹점 비율은 81.3%에 달합니다. 이는 주요 SSM 중에서도 높은 수준입니다. 즉,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직영 확장이 아니라, 가맹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점포 수를 늘리는 구조를 선택한 것입니다.

엄청 좋은것만은 아니다.
다만 GS더프레시는 지난해 매장을 급격히 확장하면서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었습니다. GS더프레시의 2025년 영업이익은 2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습니다. 점포 수 확대에 따른 출점 비용과 초기 운영비 부담이 실적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내수 침체와 소비쿠폰 등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부 환경 요인이 컸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이를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감수한 미래 투자로 볼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 장보기와 퀵커머스 확산으로 SSM 수요가 구조적으로 잠식되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키운 결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평가가 분분합니다. 결국 이번 확장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정체된 SSM 시장에서 ‘규모의 확대’가 장기적인 경쟁력이 될지, 비용 부담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실적이 답을 보여줄 것입니다.

왜 GS더프레시는 다른 SSM과 다른 길을 가는가
현재 대부분의 SSM 사업자들은 점포를 줄이며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장보기와 새벽배송이 확대되면서 SSM의 전통적인 경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방어적 전략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GS더프레시는 반대로 매장을 늘렸습니다. 단순히 오프라인 확장을 노린 전략이라면 다소 공격적인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를 퀵커머스 관점에서 보면 해석이 달라집니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는 주문 후 1~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초단기 즉시 배송 모델입니다. 기존 이커머스가 ‘다음 날 배송’에 초점을 맞췄다면, 퀵커머스는 ‘지금 당장 필요한 소비’를 겨냥합니다. 퀵커머스는 결국 ‘촘촘한 오프라인 거점’이 핵심 자산입니다. 1~2시간 내 배송을 하려면 도심 내 물리적 점포망이 필수입니다. 물류센터 하나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SSM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거점’으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GS더프레시는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쇼핑 등 주요 배달 플랫폼과 협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사 앱 "우리동네GS"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즉, 매장을 늘리는 것은 퀵커머스 배송 반경을 촘촘히 깔아두려는 전략일 수 있습니다.

결론: 오프라인인가, 온라인인가가 아니라 ‘결합’의 문제
이번 GS더프레시의 확장은 단순히 SSM 점포를 늘린 사건으로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정체된 오프라인 포맷에서 외형을 키운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오프라인 자체가 아니라, 오프라인을 어떻게 온라인과 연결하느냐에 있습니다. 이제 유통에서 온라인을 배제한 전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소비자는 이미 모바일을 통해 가격을 비교하고, 주문하고, 가장 빠른 채널을 선택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더 이상 독립적인 판매 공간이 아니라,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거점이자 고객 접점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GS더프레시의 확장은 오프라인 회귀가 아니라, 온라인과 결합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 전략일 수 있습니다. 퀵커머스는 이 결합의 중심에 있습니다. 1~2시간 내 배송이 일상이 된다면, 점포 밀도는 곧 경쟁력이 됩니다. SSM은 ‘동네 슈퍼의 대체재’가 아니라 ‘도심형 즉시 배송 네트워크’로 역할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퀵커머스가 아직 완전히 수익성이 검증된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소비 패턴은 분명히 ‘즉시성’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가속화된다면, 퀵커머스는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커머스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